숙노 혹은 숙식노가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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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노 혹은 숙식노가다. 그래서 그게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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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를 '꾸준히'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숙식을 제공하는 노가다. 흔히 숙식노가다, 줄여서 숙노라고들 한다. 하지만 숙노는 단순히 숙식을 제공한다는 것에만 일반 노가다와 다른 것이 아니다. 인력소를 통해 노가다를 꽤 경험해 본 내 입장에서 보면 숙노는 참 많은 장점들이 있다.


내 생활에 돈이 들지 않는다.
숙노는 업체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챙겨준다. 현장에서 멀지 않은 숙소를 잡아줘서 잘 곳도 챙겨주며 출퇴근하는 것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업체는 모든 것을 다 챙겨준다. 내가 저번달에 쓴 식비는 커피나 과자등의 간식비용으로 5만원도 채 되지 않고, 교통비는 제로. 월세는 당연히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담배도 피지 않을뿐더러 술도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다. 돈이 나가질 않으니 쌓이기만 한다.


꾸준하게 일을 나갈 수 있다.
인력소로 노가다를 나가게 되면 비가 오면 비가와서 나가기가 싫고, 전날에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으면 그것대로 가기 싫고, 별의 별 변명을 대서 인력소에 하루라도 빠지게 된다면 노동의 리듬이 깨지게 된다. 하지만 숙노는 팀 단위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팀원들을 위해서 나를 맞추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고 항상 다음 날을 준비하게 된다. 같은 현장에 계속 나가면 되기 때문에 꾸준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다.


일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인력소는 여기저기 땜빵 노동력이다. 아파트 공사현장에도 가고, 개인 주택 현장에도 가기도 한다. 어떤 일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현장이 바뀌기 때문에 잡부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숙노는 같은 현장을 꾸준히 나가면서 일이 눈에 보이고 손에 익을 수 있다. 또 같이 일하는 기공들과도 친밀도를 쌓으면서 그들의 조공이 되어 자신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요즘 나이 많은 기공들은 옛날처럼 기술을 숨기지 않고 기술 배우려 하는 젊은이들을 환영하며 오히려 가르쳐 주려고 한다.



대규모 현장에 투입된다.
숙노는 대부분 대규모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현장을 총괄하는 대기업들의 시스템 아래에 일을 하게 된다. 이는 다른 소규모 현장들보다는 더 체계적이고 더 안전에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혜택을 자연스레 누릴 수 있다. 인력소에서 내가 겪었던 수많은 현장들과 비교해서 지금 이 숙노현장이 훨씬 깔끔하고 단정하며 안전에 힘을 쓰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서 숙노는 어떻게 일을 구할 수 있는가? 예전에는 네이버밴드에서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좋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생겨서 해당 사이트 링크를 공유한다.

http://www.sooker.co.kr

이 사이트에서 구인게시판을 보면 여러 구인글이라든지, 현장별 후기 그리고 많은 정보들이 있으니 참고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눈팅을 일주일만 하게 되면 왠만한 현장별, 공종별 특징에 대해서는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이트만큼 구인글이 많고, 숙노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가 공유되는 곳이 없을 것 같다. 관심있다면 꼭 가입해서 여러 글을 읽어보고 감을 잡아보자.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는 법.
나 역시 코로나로 직장에서 손을 놓게 된 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언제 다시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될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없어서 숙노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잃지 않고 경제력도 유지하는 것. 이만한 일이 없다. 만약에 내 직장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비극적인 일이 생긴다든지, 직장에 다시 돌아가서도 피치 못할 이유로 내쫓기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크게 두려울 일이 없을 것 같다. 노가다판은 항상 열려 있고, 여기서 내가 보고 배운 모든 지식들이 이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노가다판에서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미래를 대비해 칼을 갈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안식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둠이 닥쳐온 지금, 언젠가 빛은 다시 비추기 마련이다.


이 글 역시 모텔방에 들어와 노트북에서 작성하고 있다. 17시에 칼같이 일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다.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쓰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유연하게 매니지 하는 것도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불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평할 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기회를 보는 사람에게는 사물의 긍정적인 면만 보이는 법. 나는 여기서 기회를 본다.


https://seiran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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